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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삶
퇴직 후 삶

"돈 걱정은 예상했지만, 이 감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퇴직 후 첫날 아침, 알람은 여지없이 울렸습니다. 

하지만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음을 알고 그대로 침대에서 조금 더 잠을 청했습니다. 

길 막히는 도로를 피해 일찍 출근할 필요도 없고 

회사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고 

거래처 전화에 하루에 수십 번씩 열이 나지 않아도 되는 하루

처음엔 너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하루가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침대에서 누워서 지내려니 허리는 아파오고

일찍 일어난 덕분에 집안일은 남들 일어날 시간에 다 해 버리고 나니

tv 리모컨만 돌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예상했던 돈 걱정, 예상 못 한 ‘정체성의 흔들림’

나는 퇴직을 준비하며 나름대로 돈은 계산해뒀습니다. 
퇴직금, 연금, 비상금, 투자자산까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산에 없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나라는 존재’가 흔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일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기분

  •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는 난 그냥 잉여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일 오전에 할 일이 없다는 불안

  • 평일 오전,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불안감이 쌓였습니다. 매일 출근해서 바쁘게 일하던 곳이 없어지다보니 무얼 해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쌓였습니다.

나를 소개할 때 더이상 "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없는 낯섦

  • 나의 이름이 없어졌습니다. 나를 소개할 때 "○ ○ ○ 차장"입니다.  " ○ ○ 회사 담당 누구입니다"하고 소개했었는데 이젠 뭐라고 소개를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냥 내 이름을 말하면 되는 건지....

 


돈보다 더 중요한 건 ‘리듬’이었다

퇴직 후 1년을 지나며 깨달은 건,  노후에 진짜 중요한 건 리듬이라는 것입니다.

🕰️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마무리할지
🧠 무엇을 배우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할지
🚶 몸을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을 기대하며 살지

이 리듬이 무너지면, 아무리 돈이 있어도 삶의 생기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퇴직 후 삶
퇴직 후 삶

퇴직 후에도 필요한 "작은 루틴 만들기"

퇴직 후 나는 몇 가지 작은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1. 새벽 시간  독서 30분-퇴직 전에 해 왔던 새벽 독서 계속하기
  2. 매일 걷기 운동                                                                                                                                                                  -아침 7시, 일정한 시간에 나가  반려견과 집 주변을 한 시간 산책 겸 걷기 운동하기 
  3. 새로운 배움에 도전하기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에 도전하기 
  4. 주 2회, 지인과 커피 약속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 확보
  5. 월 1회 자원봉사 또는 동호회 참여                                                                                                                                     -내 역할이 있는 공동체 속에서의 활동

이런 작은 루틴이 다시 나를 ‘살게’ 했습니다. 


퇴직 준비는 통장 잔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퇴직을 ‘경제적 준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퇴직 준비란 경제+ 심리+ 사회적 연결+ 정체성 모두를 포함한 것입니다.

아무리 퇴직 후 돈이 많다고 해도 나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면 많은 돈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의 시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하는가?”

이 질문에 답을 못 하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불안은 멈추지 않습니다. 


퇴직 후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조금은 단단해졌음을 느낍니다. 내 예금 잔고가 늘어나서가 아니라 매일을 작은 루틴에 맞춰서 살다 보니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돈,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돈만 준비해서는 부족합니다.

퇴직 후의 삶을 "살아내는 연습"을 꼭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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